
작년 설에 부산까지 5시간 넘게 운전하고 나서 한쪽 다리만 유독 붓고 묵직한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의 초기 신호였을 수도 있겠더군요. 좁은 좌석에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 혈관에 혈전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 비행기뿐 아니라 장거리 운전이나 버스 이동 중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설 연휴처럼 장시간 이동이 잦은 시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비행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비행기에서만 발생하는 특수한 질환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심부정맥 혈전증(DVT, Deep Vein Thrombosis)’이라고 하며,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다리 깊은 정맥에 혈전(피떡)이 생기는 질환을 말합니다. 혈액은 원래 끊임없이 순환해야 하지만, 장시간 움직임이 제한되면 혈류가 느려지면서 혈전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처럼 좁고 다리를 충분히 움직이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주 보고되다 보니 이런 이름이 붙었을 뿐, 실제로는 고속버스, 기차, 장거리 자가용 운전, 사무실에서의 장시간 근무, 심지어 침대에 오래 누워 있는 입원 환자에게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장시간 운전 후 다리가 저리고 붓는 증상을 단순한 피로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한쪽 다리만 유독 붓고, 종아리를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다리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동반된다면 즉시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혈전이 다리 정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할 경우 ‘폐색전증’이라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폐색전증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흉통,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위험군에 해당하는 분들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거에 혈전이 생긴 병력이 있는 경우 재발 가능성이 높고, 최근 큰 수술을 받았거나 장기간 입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또한 암 치료 중이거나 임신 중인 경우, 경구 피임약이나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도 혈액 응고 경향이 높아져 혈전이 생길 확률이 올라갑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변재호 교수는 이러한 고위험군은 장시간 이동이나 고정된 자세를 피하고, 일정 간격으로 다리를 움직이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특정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 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일상 속에서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을 점검하고, 한 시간에 한 번이라도 일어나 걷거나 발목을 돌리는 작은 실천이 큰 위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다리 저림으로 넘기지 말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쪽 다리만 붓는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의 증상은 생각보다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양쪽이 아닌 한쪽 다리만 붓는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피로라면 대개 양쪽 다리가 비슷하게 붓거나 저리는 경우가 많지만, 혈전이 생긴 경우에는 특정 부위, 특히 한쪽 종아리나 허벅지에 국한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일이 많습니다. 종아리를 눌렀을 때 깊숙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다리 피부가 붉게 혹은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것도 주요 신호입니다. 만져보았을 때 다른 쪽 다리보다 열감이 느껴진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 역시 한쪽 다리만 묵직하게 부어오르고 열이 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단순히 오래 앉아 있어서 혈액순환이 안 된 것이라 생각하고 넘겼던 적이 있습니다. 발목을 위로 젖혔을 때 종아리 뒤쪽이 당기듯 아픈 증상 역시 흔히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호만 징후(Homan’s sign)’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징후 하나만으로 확진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비교적 가볍고 일상에서 흔히 겪는 불편감과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장거리 이동 후 다리가 붓고 뻐근한 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혈전이 이미 형성된 상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붓기가 며칠 이상 지속되고, 걷기 힘들 정도로 불편하다면 단순 근육통이나 부종과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더욱 심각한 점은 혈전이 다리 정맥에만 머무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혈전 일부가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하면 ‘폐동맥 혈전색전증(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심한 어지럼증, 식은땀,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장거리 비행이나 해외 출장 후 공항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사례가 보도되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폐색전증입니다.
또한 고령자, 비만, 흡연자,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수술을 받았거나 오랜 기간 움직이지 못했던 경우에는 혈전 형성 위험이 높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최근에는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직장인이나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관련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더 이상 특정 상황에만 국한된 질환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과소평가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 “혹시?”라는 의심이 더 안전합니다. 한쪽 다리만 붓는 증상이 반복되거나 통증이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로 단정 짓기보다 병원을 방문해 초음파 검사 등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항응고 치료 등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작은 불편함이라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태도가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신발 벗기, 발목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도움됩니다
장거리 이동 시 심부정맥 혈전증을 예방하려면 자주 일어나 걷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 중이라면 마음대로 차를 세울 수 없고, 비행기 창가 좌석에 앉아 있다면 옆 사람을 여러 번 지나치기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지금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입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발과 다리를 의식적으로 자주 움직여 주는 것만으로도 혈액 정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장거리 갈 때 신발을 벗고 발을 최대한 편안하게 둡니다. 가능하다면 양말도 벗어 발바닥을 가볍게 주물러 주거나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반복합니다. 이렇게 하면 발바닥 근육이 자극되면서 종아리 근육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됩니다. 종아리는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릴 만큼 정맥 혈액을 심장 쪽으로 밀어 올리는 펌프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 발끝으로 원을 그리듯 돌리는 운동만으로도 정맥 순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모든 동작은 앉은 자세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1~2시간마다 잠시라도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휴게소에 들러 5분만 걸어도 하체 근육이 활성화되면서 혈류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비행기 안이라면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기내 뒤쪽에서 잠깐 서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통로 쪽에서 종아리와 허벅지를 가볍게 풀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변재호 교수 역시 장시간 이동 중에는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혈액은 쉽게 정체되기 때문에, 짧고 자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자를 약간 뒤로 젖히고 다리를 최대한 곧게 펴는 것만으로도 답답함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릎을 쭉 편 상태에서 허벅지 근육에 힘을 줬다가 풀어주는 동작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상체를 뒤로 젖혀 기지개를 켜거나, 어깨를 크게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전신 혈액순환이 개선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체뿐 아니라 상체를 함께 움직여야 전체 순환이 원활해집니다.
최근에는 항공사들도 이런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비행을 간 경험이 있습니다. 피로에 지쳤을 때,아시아나 항공은 기내 스트레칭 영상을 제공해 승객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런 안내는 단순한 서비스 차원을 넘어 실제 건강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다리가 자주 붓는 분들이나 과거 혈전 병력이 있는 분들, 임신 중이거나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 분들은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의료용 제품은 발목 부위에 가장 강한 압력을 주고 위로 갈수록 압력이 점차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되어 정맥혈이 위로 올라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단, 일반 패션용 스타킹과는 기능이 다르므로 반드시 의료용으로 인증된 제품을 선택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설 연휴나 여름 휴가철처럼 이동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장시간 정체된 도로 위에서 몇 시간씩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제는 장거리 운전 전 편하게 벗고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준비하고, 일정 시간마다 알람을 맞춰 휴게소에 들르는 것을 습관화했습니다. 처음에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다리 붓기와 피로도가 확실히 줄어드는 것을 경험한 이후로는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습니다.
결국 예방은 거창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 작은 생활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몇 분의 스트레칭, 발목을 움직이는 간단한 동작, 잠깐의 걷기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동 후 한쪽 다리가 유독 붓거나 통증, 열감이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건강은 미리 지키는 것이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참고:
https://www.mkhealth.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