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는 단순한 상업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 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관객에게 ‘노동’과 ‘연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싸움을 이끌어가는 이 영화는, 지금도 유효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강력한 현실 고발극입니다.

비정규직 해고, 누구의 이야기인가 — 영화로 본 노동 현실의 시작점
영화 《카트》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예고 없이 해고 통보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평범한 듯 보이던 일상이 단숨에 무너지는 순간, 관객은 ‘비정규직 해고’라는 말이 단지 뉴스 속 통계가 아닌 ‘누군가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흔드는 문제임을 체감하게 됩니다. 이들의 삶은 하루하루 계약 갱신에 의존하며, 언제든 대체 가능한 존재로 취급받습니다. 특히 마트, 편의점, 청소,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 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우리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카트》는 그런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절망 속에서 싸움을 시작하게 되는지를 감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해고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생계, 가족, 자존감을 동시에 잃는 과정임을 영화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달합니다. 영화 속 상황은 2007년 이랜드 파업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합니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다’는 불안한 공감을 느끼게 되며, 영화는 그 지점을 놓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결국 《카트》는 ‘비정규직 해고’라는 구조적 문제를 그저 피해자 서사로 그리지 않고, 일상 속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로 끌어내려 보여줍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연대, 불안정한 삶 속에서 주체로 일어나다
《카트》가 여타 노동영화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지점은, 싸움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마트에서 일하는 주부, 한부모 여성, 사회 초년생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각자의 이유로 마트라는 일터에 모였고, 그곳에서 노동자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시작합니다. 초반에는 서로 다른 삶의 배경과 현실 속에서 의견 충돌도 있고, 불신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은 ‘연대’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연대는 단순한 조직이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대신 나서고, 때로는 뒤에서 지지해주는 관계입니다. 특히 가사노동, 육아, 돌봄이라는 이중의 책임을 안고 있는 여성들에게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 됩니다. 《카트》는 이 여성들이 단지 피해받은 존재로 머무르지 않고, 능동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요구하는 과정 자체를 진지하게 다룹니다. 영화는 ‘여성 노동자’라는 다층적 정체성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목소리를 사회가 외면해왔는지를 비판합니다. 이들의 싸움은 승리보다는 ‘존재의 증명’에 가깝습니다. 단지 해고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외치는 외침입니다. 그리고 그 연대는 관객의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누군가를 위한 응원의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싸움은 끝났는가? 지금도 이어지는 비정규직의 일상
영화 《카트》는 2007년 이랜드 파업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지만, 2025년 오늘날에도 그 내용은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묻고자 하는 질문은 “그들의 싸움은 끝났는가?”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대답은 여전히 ‘아니오’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해고 불안, 차별, 낮은 처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 시간제 아르바이트, 파견직 등 노동 환경은 더 다양해졌지만, 불안정한 삶은 여전합니다. 《카트》는 그런 노동자들의 삶을 가시화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침묵 속의 노동’을 외면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싸움은 영화 속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관객이 극장을 나선 이후에도, 그 싸움은 여전히 주변에서 조용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지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고발이 나와 연결된 문제임을 깨닫게 만듭니다. “나도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자각, “우리 사회는 누구의 노동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영화를 본 후에도 오래 남습니다. 《카트》는 승리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싸움이 얼마나 힘들고 복잡하며, 개인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진지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연대하고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결국 《카트》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영화입니다.
결론: 누구나 카트 안에 있다
《카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마트를 지나치며, 누군가는 마트에서 일하며, 또 누군가는 그 싸움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말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카트’ 안에 실려 있는 존재라고. 선택된 자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이들의 현실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카트》는 말없이 일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꺼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