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후버의 소설 《리그레팅 유》는 엄마와 딸, 서로 다른 세대가 겪는 사랑과 상실, 그리고 용서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성장 소설입니다. 10대의 첫사랑, 가족 간의 비밀, 이별의 아픔과 감정의 복잡함을 진솔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을 넘어,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감정의 사춘기’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리그레팅 유》 속 핵심 감정과 메시지를 ‘첫사랑의 흔적’, ‘성장의 상처’,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진실’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보며, 이 작품이 주는 여운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첫사랑의 흔적, 잊히지 않는 감정의 조각들
《리그레팅 유》의 주인공 클라라는 열일곱,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도, 상처받아 본 적도 처음인 나이입니다. 그녀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그 감정을 글로 남깁니다. 특히 클라라가 적어 내려가는 일기장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자신의 진짜 감정이 담긴 ‘감정의 은신처’입니다. 그 일기 속에는 첫사랑에 대한 설렘,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친구나 가족과의 갈등이 솔직하게 담겨 있죠. 독자로서 이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경험은 곧 우리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열일곱 즈음,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치던 시기를 지나왔고, 클라라처럼 남몰래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혼자 마음앓이를 하며 잠 못 이루던 밤들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리그레팅 유》는 그러한 기억들을 소환하며,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의 파편을 되살려줍니다. 또한, 이 작품은 첫사랑을 단순한 로맨틱 환상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감정이 때로는 외로움이나 분노로 변하기도 하고, 그 안에 어른들이 개입되었을 때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지도 보여줍니다. 클라라의 사랑은 설레지만 아프고, 아름답지만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은 결국 그녀를 단단하게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처럼 《리그레팅 유》의 첫사랑은 아름다운 상처이며, 동시에 가장 강력한 성장의 에너지로 작용합니다.
성장의 상처는 때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온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종종 빛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지만, 《리그레팅 유》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고통과 상처에 주목합니다. 특히 이 소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이라는 테마를 중심에 둡니다. 클라라와 엄마 모건의 관계는 극 초반부터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현실의 차이, 말하지 못한 감정, 그리고 감춰진 비밀들이 쌓이면서 둘 사이의 벽은 점점 높아져 갑니다. 모건은 딸을 보호하고 싶어 하지만, 그 방식은 때로 클라라에게 ‘이해받지 못함’과 ‘억압’으로 다가옵니다. 반면 클라라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답답함을 느끼며 점점 멀어집니다. 이처럼 서로를 오해하면서, 둘 사이엔 감정의 골이 깊어집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장면에서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바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까요.
《리그레팅 유》는 그 상처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부모와 자식, 혹은 세대 간의 간극은 시간이 지나면서도 쉽게 메워지지 않죠.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간극을 ‘갈등’이 아닌 ‘이해와 용서’로 풀어냅니다. 결국 진짜 성장은, 자신의 상처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껴안으며 상대를 이해할 때 시작된다는 사실을 클라라의 여정을 통해 보여줍니다.
비밀로 얼룩진 진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책임
《리그레팅 유》의 또 다른 중심축은 ‘비밀’입니다. 소설은 클라라의 아빠이자 모건의 남편인 크리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시작으로, 그의 죽음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드러냅니다. 바로 크리스와 모건의 언니(클라라의 이모) 사이에 감춰져 있던 복잡한 관계입니다. 이 진실은 클라라뿐 아니라 모건에게도 큰 상처가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처를 마주합니다. 가족은 때로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지만, 때로는 가장 큰 상처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 세대의 실수나 과거의 잘못은 자식 세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되물림되는 감정의 고리를 형성하기도 하죠. 《리그레팅 유》는 그 복잡한 가족 간의 관계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되, 그것을 ‘파괴’가 아닌 ‘회복’의 방향으로 그립니다. 모건은 딸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보호하려 하지만, 클라라는 결국 진실을 알고 상처를 입습니다. 이 장면은 진실과 거짓, 보호와 회피 사이의 얇은 경계를 절묘하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놀라운 점은, 그 모든 복잡한 감정의 밑바닥에도 여전히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도, 상처를 줬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용서하고 다시 손을 내미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리그레팅 유》는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얼마나 쉽게 오해하고, 또 얼마나 쉽게 포기하는지를 보여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입니다.
결론: 리그레팅 유 – 그 시절, 나에게도 있었던 이야기
《리그레팅 유》는 단순히 10대의 연애를 다룬 소설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이미 지나왔고, 어쩌면 지금도 겪고 있는 감정의 성장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시간, 부모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 말하지 못한 감정이 마음속에 쌓여 울컥하던 순간. 그 모든 시간을 이 소설은 조용히 꺼내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내가 혼자였던 것이 아니었다’는 위로를 받게 됩니다. 누군가의 상처도 나와 닮았고, 누군가의 사랑도 나의 기억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리그레팅 유》는 결국 우리가 잊고 지낸 감정을 떠올리게 하고, 그 감정들이 ‘지나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가끔은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안엔 아직 말하지 못한 나의 감정들이 조용히 남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