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커미션〉 : 주인공이 무너져 가는 과정과 심리적 붕괴

by bylingling 2025. 12. 10.

〈커미션〉은 단순한 다크웹 스릴러가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의 재능과 욕망, 외로움, 인정 욕구 사이에서 어떻게 흔들리고 무너지는지를 정교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이 처음에는 단지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을 품고 있었음에도, 다크웹 세계와 연결되는 순간부터 그녀의 감정은 급격하게 뒤틀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인간 내면의 취약함과 사회가 요구하는 ‘성과’의 압박, 그리고 인정에 대한 갈증이 한 인간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지를 차분하지만 잔혹하게 보여준다. 본 글에서는 주인공의 성장이 아닌 ‘붕괴’에 초점을 맞춰, 어떤 계기에서 그녀의 세계가 무너졌는지, 그리고 그 붕괴 과정이 우리의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세심하게 분석한다. 이를 통해 이 영화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심리극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커미션 포스터
출처: TMDb

무너짐의 서막,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작은 균열

〈커미션〉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악인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평범한, 하지만 마음 한켠에 작은 균열을 품은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일상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세상이 주지 않는 인정,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격려 속에서 그녀는 유일하게 ‘그림’이라는 공간 안에서만 온전해진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출발한다. 주인공의 세계는 겉보기에는 고요해 보이지만, 속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타인의 관심에 목말라 있고, 자신의 재능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서서히 답답함을 느낀다. 이 미묘한 감정의 균열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녀의 시선과 호흡, 그리고 아주 작은 행동 속에 스며 있다. 결국 이 감정은 다크웹이라는 ‘익명성의 공간’을 만나면서 폭발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영화는 서론에서부터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 무력감, 열등감의 씨앗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감정이기에, 관객은 쉽게 그녀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이 작은 균열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만 다를 뿐, 우리 삶에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커미션〉의 서론은 단순한 인물 소개가 아니라, 앞으로 무너져갈 한 인간의 심리적 구조를 미리 알려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내면이 붕괴되는 과정과 다크웹의 잔혹한 손길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지점은 바로 다크웹과 연결되는 순간이다. ‘그림을 그려주면 돈을 준다’는 말은 처음엔 그저 매력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고, 노력의 대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뢰가 거듭될수록 그녀는 이상한 점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가 완성한 그림이 현실의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녀의 내면은 급격히 붕괴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핵심은 주인공이 단순히 외부의 위협으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솟아오르는 감정들에 의해 더 크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멈추지 못한다. ‘이건 잘못된 일이다’라는 생각과 ‘나는 이 일을 통해 인정받고 있다’는 달콤한 감정이 충돌하면서 그녀의 정신은 복잡하게 꼬여간다. 특히 영화는 주인공이 점점 더 의뢰에 몰입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더 큰 보상을 원하고, 더 깊은 참여를 하게 된다. 처음엔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점점 더 구체적이고 잔혹한 의뢰들이 넘어온다. 그러면서 그녀의 얼굴에는 점차 죄책감과 쾌감이 동시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이중감정은 인간이 가진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죄책감이 있는 사람은 돌아갈 여지가 있지만, 쾌감이 섞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화는 이 심리적 전환을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명확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의 눈빛이 변해가는 것, 손을 떨면서도 계속 그림을 완성하는 모습,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의 공허한 표정은 그녀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곳까지 내려갔음을 암시한다. 〈커미션〉의 본론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강렬해진다. 외부로부터의 위협보다, 내면이 붕괴되는 과정이 훨씬 더 무섭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며, 그 경계가 흐려진 순간부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결국 주인공의 붕괴는 범죄의 소용돌이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라, 그녀 내면 깊은 곳에서 이미 싹틀 준비가 되어 있던 감정이 다크웹이라는 촉매제를 만나 폭발한 결과였다.

 

돌아갈 수 없는 경계에 서 있는 인간, 그리고 〈커미션〉이 남긴 질문

결론에서 〈커미션〉은 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영화는 단순히 ‘주인공이 범죄에 휘말려 망가진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특성을 정교하게 반영한다. 성과 중심의 환경, 인정받고 싶은 마음, 타인의 시선, 외로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순간 찾아오는 절박함까지. 주인공이 붕괴한 이유는 단순히 악한 의뢰 때문이 아니다. 세상이 그녀에게 주지 못한 것들을 다크웹이 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정, 관심, 필요로 한다는 감각. 이런 것들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감정적 연료이고, 그 연료가 부족할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그녀가 완전히 붕괴하여 돌아갈 길을 잃었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관객을 향한 질문에 가깝다. “당신은 어떤 순간에 흔들리는가? 그리고 그 흔들림을 붙잡아주는 것은 무엇인가?” 〈커미션〉은 무너짐의 순간이 얼마나 조용하게 찾아오는지, 그리고 그 조용한 균열이 얼마나 빠르게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 영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무심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방치하며 살아가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주인공의 심리적 붕괴는 단순한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닿아 있는 감정의 그림자다. 그래서 이 영화는 무섭고도 슬프며, 동시에 현실적이다. 〈커미션〉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을 무너뜨리는 건 과연 외부일까, 아니면 당신 안에 이미 존재하던 감정들일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