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건네받은 생수 한 병이 유독 마음에 남던 날, 영화 〈터널〉이 떠올랐습니다. 생존과 기다림,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담은 이 영화는 단순한 재난극을 넘어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지금 당신의 차 안에는 생수 한 병이 있나요?

줄거리
영화 <<터널>>은 하정우 주연의 재난 드라마로, 단순한 사고나 스릴을 다룬 영화가 아닌 인간의 심리, 사회의 무관심, 생존의 의미를 묵직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이정수’는 자동차 딜러로, 고객에게 차량을 전달하고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예고 없이 터널 붕괴 사고를 겪게 됩니다. 그는 순식간에 무너진 콘크리트 속에 고립되며, 가진 것은 생수 두 병과 생크림 케이크, 휴대폰뿐입니다. 처음에는 곧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 침착하게 대처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조는 더뎌지고, 뉴스는 선정적인 보도로 그의 고통을 소비하기 시작합니다. 그를 구하려는 구조팀은 예산과 책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여론은 피로감을 느끼며 점차 관심을 거두죠. 이정수는 점점 잊혀 가는 존재가 되어가며, 어둠과 침묵 속에서 물리적인 갈증뿐 아니라 정신적 외로움, 공포, 생존에 대한 본능적 불안과 싸우게 됩니다. 영화는 단순히 재난의 상황만을 다루지 않고, 인간이 고립되었을 때 드러나는 감정과 내면의 무너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조명합니다.
극한 상황에서 그가 붙잡은 유일한 희망은 밖에서 자신을 기다릴 아내와 딸, 가족과의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였습니다. <<터널>>은 스펙터클보다는 한 인간의 심리 변화, 사회 시스템의 무능, 그리고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하며, 관객에게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습니다.
단순한 재난영화로 보기에는 너무도 깊고 현실적인 메시지가 담긴 이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만약 나였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한 장면 (주유소)
며칠 전, 장거리 운전을 하던 중 잠시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주유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분이 무심하게 **“운전 오래 하셨죠? 생수 하나 챙기세요”**라며 작은 생수 한 병을 건넸습니다. 별일 아닌 듯 보였지만, 그 순간 영화 〈터널〉 속 장면 하나가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바로, 주인공 이정수가 생수 한 병을 아껴 마시며 버텨내던 그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물을 하루치로 나눠 마시며 하루하루를 연명합니다.
더 이상 물이 없을 때 보여지는 그의 불안한 눈빛, 입술을 적시며 마시는 물 한 모금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그때 느꼈죠. 그 장면은 단순히 ‘생존’이라는 단어로는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물 한 병에는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하루를 더 버틸 수 있다는 용기,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이어가고 싶은 최소한의 의지가 담겨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무게를 가진 물 한 병이, 현실의 나에게도 그렇게 깊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주유소 직원의 배려는 작고 짧은 제스처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운전 오래 하셨죠? “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건네진 생수는, “당신의 고단함을 알아요”라는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잠시 멈춰 선 그 주유소 한편에서, 나도 모르게 **‘지금 나는 무엇으로 버티고 있는 걸까?’**를 생각했습니다. 영화 속 인물처럼 극한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도 저마다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 않을까요?
그 생수 한 병이 꼭 필요했던 건, 갈증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챙기게 만든 ‘작은 경고’와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터널>>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현실과 이렇게 겹쳐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영화가 우리 삶에 가깝게 다가왔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일상 속에서의 적용
영화 〈터널〉을 보고 난 후, 그리고 그날 주유소에서 생수를 받은 이후, 저는 제 일상 속에서 ‘생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모든 것이 당연하게 주어질 것이라 믿고 살아가지만, 막상 위기 상황이 오면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종종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 차를 타고 이동하다 예기치 못한 사고나 자연재해를 겪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요?
단순한 생수 한 병, 손전등 하나가 없어서 곤란해진 상황,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차량 안에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 생수 1~2병
• 에너지바나 초콜릿
• 손전등
• 보조 배터리
• 간단한 구급약
• 차량용 멀티툴
이런 것들은 사실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중요한 도구들입니다.
단순히 ‘재난 대비’라는 개념을 넘어,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위한 배려이자 책임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이런 준비는 실제로도 작은 사고나 긴급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최근 지인 한 명은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췄을 때, 트렁크에 넣어둔 생수와 간식으로 2시간 가까이 버틴 적이 있었고, 그 후로는 더 철저하게 차량 점검과 비상물품 준비를 하게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터널〉이라는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그러니 대비하자. 그리고 버티자.” 일상의 작은 습관 하나가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지키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생존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태도이기도 합니다.
결론
영화<<터널>>은 단순한 생존 영화, 재난 영화로 분류하기엔 아까운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 인간의 본능, 가족의 소중함까지 다양한 주제를 품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평범한 터널이 갑자기 무너지고, 익숙한 일상이 하루아침에 생존의 현장으로 바뀌는 상황은 지금 우리 삶과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생수 한 병이 단순히 물이 아닌, 생존의 수단이 되고, 주유소에서 무심히 건넨 작은 배려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며, 영화 속 장면 하나가 현실의 감정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 삶의 본질이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운전하기 전, 차 안에 생수 한 병이 있는지 확인할 겁니다.
그리고 터널을 지날 때마다 다시금 떠올릴 겁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 하나가, 내 삶에 얼마나 큰 의미로 돌아오는지를. 영화<<터널>>은 나에게 단지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꾼 영화였습니다.